가축들의 반란
임보
좁은 닭장 속에 갇힌 한 암탉이 생각했다
이렇게 좁은 철망 속에 평생 갇혀 살 수는 없다고
그리하여 먹기를 거부하고 알을 낳지 않았다
이 소식이 옆 닭장 속의 다른 닭들에게 전해지자
그들도 옳다고 생각하며 동조하기로 했다
이 뉴스가 그 옆 돼지축사의 돈공(豚公)들에게 알려지자
돈공들도 꿀꿀거리며 구수회의를 했다
그리고 저희들도 이렇게 갇혀 살 수는 없다며
우리를 박차고 밖으로 뛰쳐나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 고함소리가 젖소목장의 젖소들에게 들리자
얌전하던 젖소들도 생각했다
우리는 저놈들보다 더 심하게 착취당하는데
이대로 가만히 참고 있어서는 안 되겠다며
그들도 외양간을 막차도 뛰쳐나갔다
그런데 막상
밖으로 뛰쳐나온 돼지며 젖소들이 할 일이 없었다
겨울이어서 날씨도 춥고 먹을 것도 없어
빈둥거리다 보니 배가 고팠다
배 고픔을 못 견딘 돼지가 그래도 우리속이 낫다며
축사로 다시 돌아가자고 했다
그리하여 축사와 목장은
돼지와 젖소들로 다시 채워지고
이 소식을 들은 닭장 속의 닭들도
그만 단식농성을 풀고 알을 낳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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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시>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