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군병들
임 보
한때 지상을 누비던 거구 매머드는
지금 고고학 박물관에 뼈로만 남아 있다
손을 가진 인간들이 무기를 만들면서
세상을 주름잡는 권좌에 올라섰다
그 인간들이 불의 힘을 빌어
지상의 자연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산을 허물기도 하고 강을 막기도 하고
동식물의 종자를 개량하여 잡종을 만들기도 한다
이 고얀 놈들 가만둬서는 안 되겠다고
하늘이 진노하여 천상의 군병(軍兵)을 움직였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바이러스―균병(菌兵)들
인간의 몸만을 공격하여 육신을 파먹는…
지상의 영장이라고 오만하던 인간들
속수무책 넋을 놓고 한탄하고들 있다
강자는 힘이 센 덩치 큰 놈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놈들이라니…
최후의 심판은 이렇게 오고 있는가?
인류의 역사는 이렇게 막을 내리는가?
제왕도 장군도 신부도 스님도
하늘만 쳐다보며 한숨만 내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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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시학>(20.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