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천사의 나팔

운수재 2006. 7. 13. 12:28





내 초등학교 여자 동창생이 40여 년만에
고교동창회에 나간 내 아내를 통해 작은 화분 하나 보내왔는데
나에게는 낯선 엔젤 트럼펫--곧 천사의 나팔이라고 합니다.
처음 왔을 때는 영 풀이 죽어 시들시들했는데
어느 날 아침 보았더니 제 몸에 어울리지도 않게
커다란 꽃 한 송이를 나팔처럼 내밀고 있었습니다.
아마 심혈을 기울여 그 꽃을 빚어내느라 그 동안 몸살을 했던가 봅니다.

그 친구가 내게 이 꽃을 보내온 까닭을 아내에게 말하기를
그가 초등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을 따라 먼 산골길을 걸어 우리집에 가정방문을 왔었답니다.
그때 내가 우리집 뜰에 피어있던 꽃을 두 송이 따서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아마 작약꽃이었을 지 모릅니다)
하나는 선생님께 드리고 또 하나는 그 친구에게 주었다는군요.
그런데 선생님께 드린 꽃은 활짝 핀 큰 놈이었고
자기에게 준 것은 덜 피어난 작은 봉오리어서 좀 서운했었다고---

같은 서울 하늘 아래 살면서
나는 아직 그 친구에게 고맙다는 전화도 못하고 있으니
참 바보지요?
아내가 나보고 하는 소리
그 언니 옛날엔 참 예뻤는데
지금은 살이 많이 쪄 볼 품이 없다고----


글수정글삭제 응답글 쓰기새글 쓰기이전글-축하드립니다. 임보선생님!목록 보기다음글-태풍 후에

'이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련사, 부용사, 덕진공원의 연꽃들  (0) 2006.07.27
연화산방의 연꽃들  (0) 2006.07.26
황홀한 접시꽃으로 피어난 최승희의 영혼  (0) 2006.06.30
운수재의 붉은 인동화  (0) 2006.05.28
단호사의 와송  (0) 2006.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