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초등학교 여자 동창생이 40여 년만에 고교동창회에 나간 내 아내를 통해 작은 화분 하나
보내왔는데 나에게는 낯선 엔젤 트럼펫--곧 천사의 나팔이라고 합니다. 처음 왔을 때는 영 풀이 죽어 시들시들했는데 어느 날
아침 보았더니 제 몸에 어울리지도 않게 커다란 꽃 한 송이를 나팔처럼 내밀고 있었습니다. 아마 심혈을 기울여 그 꽃을 빚어내느라
그 동안 몸살을 했던가 봅니다.
그 친구가 내게 이 꽃을 보내온 까닭을 아내에게 말하기를 그가 초등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을 따라 먼 산골길을 걸어 우리집에 가정방문을 왔었답니다. 그때 내가 우리집 뜰에 피어있던 꽃을 두 송이
따서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아마 작약꽃이었을 지 모릅니다) 하나는 선생님께 드리고 또 하나는 그 친구에게 주었다는군요.
그런데 선생님께 드린 꽃은 활짝 핀 큰 놈이었고 자기에게 준 것은 덜 피어난 작은 봉오리어서 좀 서운했었다고---
같은 서울 하늘 아래 살면서 나는 아직 그 친구에게 고맙다는 전화도 못하고 있으니 참 바보지요? 아내가 나보고
하는 소리 그 언니 옛날엔 참 예뻤는데 지금은 살이 많이 쪄 볼 품이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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