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시클라맨 / 임보

운수재 2007. 1. 16. 19:33

 

시클라맨임보


내 설화사집 『장닭설법』출간을 기린다고

한 여류 시인이 조그만 화분을 보내왔는데

한겨울 이글거리는 꽃송이들이 불꽃같다

꽃대의 맨 끝에 매달린 바람개비 꽃

화분 위에 돋아난 수십 개의 풍차들이

더운 정적을 일으키며 어지럽게 돌고 있다

시클라맨, 인디언 추장의 주술 같은 이름

나비도 바람도 없는 겨울 실내에서

무엇을 하겠다고 저토록 눈부시게 타는가

티벳 사원의 젊은 라마승들이 손뼉을 치며

서로에게 질문을 던져가며 깔깔거리듯

장닭의 붉은 벼슬인 듯 꽃잎들을 세우고

다투어 무슨 설법들을 하기는 하는 모양인데

내 귀가 막혀 한 마디도 들을 수 없다.





자연과 시의 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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