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구치 / 임보
―마경덕의 「보구치」를 읽다가
보구치는 부서의 4촌
조기와는 8촌쯤 된다
그런데 장사치들이 값싼 보구치의 배에
노란 물감으로 치장을 해서
비싼 조기로 둔갑시킨다
임자를 잘 만나면 영광굴비로까지 나간다
사람의 운명도 팔자소관이 아니다
문벌과 학벌 별것 아니다
감독의 손에 잡힌 배우들이
향단이도 되고 춘향이도 되듯
두메산골 보구치도 감투만 씌우면
판서도 되고 정승도 된다
세상만 그런 것도 아니다
사람들이 시라는 내 글을 읽고
별로 맛있어 하지 않은 걸 보면
나도 시인들 판에 잘못 끼어든
조기의 짝퉁,
보구치인 것만 같다.
(우리시 200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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