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자연학교

상추쌈

운수재 2007. 5. 9. 11:19

 

 

상추쌈  /  임보

 

 

상추에

흰 쌀밥을 놓고

쌈장을 얹어

입에 넣다 말고

한 여인을 생각한다

 

파란 상추에

파란 상추만을 놓고

쌈장을 얹어

입에 가득 넣던 여인

 

왜 밥을 함께 싸지 않느냐고 하면

쌈은 거섭*이 제일이야 하며

웃어 넘기시던 어머니,

남은 식구들을 위해

식은 보리밥 덩이지만

그렇게 참으셨던 것을

어느 풍년든 해가 와서야

비로소 알았다

 

파란 상추에

파란 상추만을 얹어

한 입 가득 물어뜯으며

이제는 그런 쌈도 못 자신

그분을 생각한다.

 

 

* 거섭 : 푸성귀의 전라도 사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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