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쌈 / 임보
상추에
흰 쌀밥을 놓고
쌈장을 얹어
입에 넣다 말고
한 여인을 생각한다
파란 상추에
파란 상추만을 놓고
쌈장을 얹어
입에 가득 넣던 여인
왜 밥을 함께 싸지 않느냐고 하면
쌈은 거섭*이 제일이야 하며
웃어 넘기시던 어머니,
남은 식구들을 위해
식은 보리밥 덩이지만
그렇게 참으셨던 것을
어느 풍년든 해가 와서야
비로소 알았다
파란 상추에
파란 상추만을 얹어
한 입 가득 물어뜯으며
이제는 그런 쌈도 못 자신
그분을 생각한다.
* 거섭 : 푸성귀의 전라도 사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