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에 관해서 / 임보
몹시 슬프거나 혹은 감격스러울 때
우리의 눈에서는 눈물이 납니다
왜 눈에서만 눈물이 나는가요?
귓물도 입물도 아닌 왜 하필이면 눈물인가요?
눈이 다른 감각기관들보다
감정을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인가요?
물로 눈을 적셔야 할 이유가 어디 따로 있나요?
보지 말라고 잠시 수막(水幕)을 치는 것인가요?
못 볼 참상을 눈으로 보았기에 눈물이 난다 치면
슬픈 얘기를 귀로 들었다면 귓물이 나야 할 터인데
매운 고추를 먹다가도 입물이 아닌 눈물을 흘리고
아린 양파를 썰다가도 콧물이 아닌 눈물을 흘리지 뭐예요?
눈이 뭐 동네북인가요?
눈의 노조(勞組)가 없기 망정이지
만일 있었다면 얼마나 골치 아프겠습니까?
제대로 울 수도 없는 세상일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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