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운주천불

오동이 섰던 자리 / 임보

운수재 2007. 9. 1. 09:51

 

 

 

 

오동이 섰던 자리 /   임보

 

 

뜰 앞이 너무 어둡다고

스무 해 오동을 베어냈더니

찬바람만 가득 몰려와

종일 북새통을 치고 있네

 

 

  

              * 인간의 손이 하는 일은 늘 재앙을 불러온다.

                그것은 무엇을 만들어내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자리바꿈을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나무로 의자를 만들고 석탄으로 불을 만드는 것이 다 그렇다.

                그러니 문명이라는 것도 자연의 변형에 지나지 않는다.

                그 자리바꿈― 자연의 파괴에 대한 무서운 응징을 인류는 언젠가 받게 될 것이다.

                그늘이 진다고 뜰 앞의 오동을 벨 일이 아니다.

 

 

'임보시집들 > 운주천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닭 / 임보  (0) 2007.09.03
길 / 임보  (0) 2007.09.02
문 / 임보  (0) 2007.08.31
설매 / 임보  (0) 2007.08.30
홍 / 임보  (0) 2007.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