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이 섰던 자리 / 임보
뜰 앞이 너무 어둡다고
스무 해 오동을 베어냈더니
찬바람만 가득 몰려와
종일 북새통을 치고 있네
* 인간의 손이 하는 일은 늘 재앙을 불러온다.
그것은 무엇을 만들어내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자리바꿈을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나무로 의자를 만들고 석탄으로 불을 만드는 것이 다 그렇다.
그러니 문명이라는 것도 자연의 변형에 지나지 않는다.
그 자리바꿈― 자연의 파괴에 대한 무서운 응징을 인류는 언젠가 받게 될 것이다.
그늘이 진다고 뜰 앞의 오동을 벨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