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사슴의 머리에 뿔은 왜 달았는가

세워지는 모든 것들은 무너진다 / 임보

운수재 2007. 11. 30. 07:07

 

 

세워지는 모든 것들은 무너진다 /   임보

 

 

성수대교가 동강나고

삼풍백화점이 주저앉을 때

세상 사람들은 분노했다

세상 천지에 그럴 수가 있느냐고---

그러나 사람들아,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우리들이다

이 지상에 무너지지 않는 것이 어디 있단 말인가

신이 만든 산과 바다도

때가 되면 무너지고 기울거늘

인간들이 쌓은 저 보잘 것 없는 모래성

그것이 완전키를 믿다니

어리석고 어리석도다

몇 대를 공들여 이룬 제왕(帝王)의 궁성(宮城)도

언젠가는 가라앉고

몇 백년 정성으로 세운 신전(神殿)도

언젠가는 무너진다

더러는 산의 허리를 자르기도 하고

더러는 대지의 심장을 뚫기도 하는

하늘을 거역하는 교만한 인간들아

헛되이 모래의 성들을 쌓지 말며

흐르는 강물을 막아 둑을 세우지 말라

너희가 만든 것들은 결국 쓰레기들일 뿐

쓰레기의 더미 속에 스스로의 무덤을 파는

눈 먼 인간들아

쓰레기의 세상에서 쓰레기가 아니기 위해

쓰레기를 헤치고 일어서라

어리석은 망치와 끌을 내던지고

벗은 몸으로

바보로

한 마리 순한 짐승으로

어머니 자연의 품에서 다시 태어나라

모든 세워지는 것들은

언젠가 주저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