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고향을 사랑한다던가 / 임보
말로는 고향을 떠들지만
진실로 고향을 아끼는 자는 없다
보라, 고향을 지키며 살아가는 놈이
그곳에 지금 몇이나 남아있는가?
눈이 일찍 트인 놈은
스물도 채 되기 전에 집을 떠나
이발소, 우동집 가리지 않고
팔도를 전전하며 굴러다니기도 하고
뱃보가 좀 큰 놈은
전답 팔아 짐 싸들고 서울로 기어올라
청량리, 왕십리 떠돌아다니다
다 꼬라박기도 하고, 더러는
몇 푼 벌어 사장으로 거들먹거리기도 하고
겁도 없는 녀석들은
불알 두 쪽만 차고
브라질로 엘에이로 혹은 벤쿠버로
어떻게 비비고들 건너가서
노랑머리 서양년 꿰차고
위스키 홀짝이며 살아가고 있지 않던가
보라, 지금 누가 고향에 남아
그 땅을 지키고 있는가?
있다면
그도 저도 못한 놈들이 홧김에
술만 퍼마시다 일찍 땅속에 들어
고향을 짊어지고 누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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