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사슴의 머리에 뿔은 왜 달았는가

누가 고향을 사랑한다던가 / 임보

운수재 2007. 12. 4. 17:07

 

 

누가 고향을 사랑한다던가 /   임보

 

 

말로는 고향을 떠들지만

진실로 고향을 아끼는 자는 없다

보라, 고향을 지키며 살아가는 놈이

그곳에 지금 몇이나 남아있는가?

눈이 일찍 트인 놈은

스물도 채 되기 전에 집을 떠나

이발소, 우동집 가리지 않고

팔도를 전전하며 굴러다니기도 하고

뱃보가 좀 큰 놈은

전답 팔아 짐 싸들고 서울로 기어올라

청량리, 왕십리 떠돌아다니다

다 꼬라박기도 하고, 더러는

몇 푼 벌어 사장으로 거들먹거리기도 하고

겁도 없는 녀석들은

불알 두 쪽만 차고

브라질로 엘에이로 혹은 벤쿠버로

어떻게 비비고들 건너가서

노랑머리 서양년 꿰차고

위스키 홀짝이며 살아가고 있지 않던가

보라, 지금 누가 고향에 남아

그 땅을 지키고 있는가?

있다면

그도 저도 못한 놈들이 홧김에

술만 퍼마시다 일찍 땅속에 들어

고향을 짊어지고 누워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