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믿는다고? / 임보
역사가 소중하다고 말한다
삼한 이전의 역사가 없어서
한국사를 못 쓴다고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분들을 만나면 눈물이 핑 돈다
그러나 애초부터 역사는 없다
역사의 이름으로 남아있는 것들은
지배자의 술수에 지나지 않는다
모든 왕들은 자기의 실록을 기록한
사관들의 팔목을 잘랐다
오늘의 역사도 다를 게 없다
국사편찬위원회가 이 시대를 바르게 기록한다고?
청와대 비서실의 회의록이 정직하게 보존된다고?
아무리 정직하게 기록해도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신문도 방송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역사를 탓할 일도 아니고
역사를 믿을 것도 못 된다
작문을 하듯 새로운 역사를 자꾸 쓰면 된다
어차피 사실과는 거리가 먼 것이니까
어떻게 써댄들 상관 있겠는가
내 친구 하나는 역사학자가 되었는데
몇 해 동안 서른 권의 한국사를 다시 썼다
겪지도 않았던 시대를 어떻게 기록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겪었던 놈들의 기록도 믿을 게 못 되는데 어려울 게 뭐 있느냐고 한다
역사를 믿는다고?
한 개인의 자서전도 믿을 것이 못 되거늘
하물며 역사를 믿는다고?
역사는 진실의 이름을 빌어 쓴 소설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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