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겨울, 하늘소의 춤

다산 초당 / 임보

운수재 2008. 8. 29. 06:31

 

 

 

다산(茶山) 초당/   임보

 

 

 

전라도 강진 귤동(橘洞)

마을 뒷산에는

몇 백 년 전부터

셋이서 등을 맞대고

곧기를 겨루고 있었는데

그 중 두 분 ― 삼나무와 왕대님들은

여지껏 건장한 팔뚝과 장딴지를 걷어붙이고

그렇게 겨루기를 끝내지 않고 있는데

한 분은 언제 자리를 떠 어디로 갔는지

그가 앉았던 빈 자리엔

목민심서(牧民心書) 몇 권만이

나무들의 짙은 그늘 아래 묻혀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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