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茶山) 초당/ 임보
전라도 강진 귤동(橘洞)
마을 뒷산에는
몇 백 년 전부터
셋이서 등을 맞대고
곧기를 겨루고 있었는데
그 중 두 분 ― 삼나무와 왕대님들은
여지껏 건장한 팔뚝과 장딴지를 걷어붙이고
그렇게 겨루기를 끝내지 않고 있는데
한 분은 언제 자리를 떠 어디로 갔는지
그가 앉았던 빈 자리엔
목민심서(牧民心書) 몇 권만이
나무들의 짙은 그늘 아래 묻혀 있을 뿐이다.
'임보시집들 > 겨울, 하늘소의 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탄역장 / 임보 (0) | 2008.08.31 |
---|---|
돌의 마을 / 임보 (0) | 2008.08.30 |
다도해 / 임보 (0) | 2008.08.28 |
파도 / 임보 (0) | 2008.08.27 |
석불 / 임보 (0) | 2008.08.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