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겨울, 하늘소의 춤

삼탄역장 / 임보

운수재 2008. 8. 31. 09:43

 

 

 

삼탄역장(三灘驛長) /    임보

 

 

산이 산들을 업고 겹겹이 누운

깊은 산골 삼탄역 빈 대합실

다람쥐 한 놈 기웃거리고 있다

역 앞은 푸른 계곡

여울 소리만이 가득할 뿐

가끔 석탄을 실은 화물열차가

거대한 공룡의 유령처럼

산허리를 뚫고 지나갈 뿐

이 산골에 내리는 사람은 없어

역장은 늘 역사에 없다

열대여섯 되는 동자놈 하나

여울에 그물을 던져

제 팔목만한 치리를 끌어올리기에

그가 어디 있는가고 물었더니

감자밭에 없으면

고사리를 꺾으러 산에 갔으리라 한다

여울엔 푸른 오동꽃이 떨어져

별처럼 반짝이고 있다.

 

 

              [주] 치리 : 잉어과의 민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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