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탄역장(三灘驛長) / 임보
산이 산들을 업고 겹겹이 누운
깊은 산골 삼탄역 빈 대합실
다람쥐 한 놈 기웃거리고 있다
역 앞은 푸른 계곡
여울 소리만이 가득할 뿐
가끔 석탄을 실은 화물열차가
거대한 공룡의 유령처럼
산허리를 뚫고 지나갈 뿐
이 산골에 내리는 사람은 없어
역장은 늘 역사에 없다
열대여섯 되는 동자놈 하나
여울에 그물을 던져
제 팔목만한 치리를 끌어올리기에
그가 어디 있는가고 물었더니
감자밭에 없으면
고사리를 꺾으러 산에 갔으리라 한다
여울엔 푸른 오동꽃이 떨어져
별처럼 반짝이고 있다.
[주] 치리 : 잉어과의 민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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