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겨울, 하늘소의 춤

운수재 2008. 10. 6. 09:12

 

 

차(茶)/   임보

 

 

 

조부가 떠나시고

조모가 또 떠나시고

아버님도 떠나고

또 어머님도 떠나고

덩굴풀의 묵은 줄기가

시들어 죽어 가듯이

내 생명의 줄기도

그렇게 시들어 오고 있다

내 아들 딸들의 줄기는

저렇게 싱싱히 뻗고 있지만

나의 손과 발은 마르기 시작한다

이제는 나의 차례

차 한 모금으로

맑고 깨끗이 육신을 헹구고

더욱 따갑게 햇볕에 씻어

돌아가기 쉽도록 말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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