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대동시(福臺洞詩)·12/ 임보
-껌벅껌벅
아내 얘기가
어느 여인들 모임에 갔는데
저 세상 가서 다시 시집간다면
그때도 이 세상 제 남편 도로 꿰찰
그런 미친년 있느냐고 나서 보라 하길래
꼭 한 사람 손을 들었는데
그게 바로 저였다고
자랑처럼 말한다
평생
그럴싸한 반지 하나 사 줄 만큼
돈을 벌어 본 적도 없는 남편
그 흔해빠진 과장 부장 자리 하나도
못 앉아 본 멍청한 남편
그렇다고 자상하고 인정 많아서
겉이나마 화끈하게 사랑 쏟을 줄도 모르는
목석 같은 남편
내가 나를 돌아봐도
취할 것이 바이 없는데
아내는 무슨 일로 손을 들었을까
오호 그렇거니
이 세상 우리 살림
뜻대로 되는 일 하나도 없어
얼마나 가슴 막혔으면
저 세상 가서 다시 한번 버텨보겠다는
아마도 그런 매운 생각이었나 보다.
진새벽인데도 껌벅껌벅
눈이 닫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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