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겨울, 하늘소의 춤

복대동시 12------------껌벅껌벅

운수재 2008. 10. 30. 08:18

 

 

복대동시(福臺洞詩)·12/       임보

-껌벅껌벅

 

 

아내 얘기가

어느 여인들 모임에 갔는데

저 세상 가서 다시 시집간다면

그때도 이 세상 제 남편 도로 꿰찰

그런 미친년 있느냐고 나서 보라 하길래

꼭 한 사람 손을 들었는데

그게 바로 저였다고

자랑처럼 말한다

 

평생

그럴싸한 반지 하나 사 줄 만큼

돈을 벌어 본 적도 없는 남편

그 흔해빠진 과장 부장 자리 하나도

못 앉아 본 멍청한 남편

그렇다고 자상하고 인정 많아서

겉이나마 화끈하게 사랑 쏟을 줄도 모르는

목석 같은 남편

내가 나를 돌아봐도

취할 것이 바이 없는데

아내는 무슨 일로 손을 들었을까

 

오호 그렇거니

이 세상 우리 살림

뜻대로 되는 일 하나도 없어

얼마나 가슴 막혔으면

저 세상 가서 다시 한번 버텨보겠다는

아마도 그런 매운 생각이었나 보다.

 

진새벽인데도 껌벅껌벅

눈이 닫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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