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대동시(福臺洞詩)·10 / 임보
-설렁탕집에서
청주(淸州) 우암동(牛岩洞)에 가면
사람들이 벌떼처럼 모여든
맛이 괜찮은 싸구려 설렁탕 집이 있는데
어느 날 문산(文山)과 함께 해장하러 갔다가
배가 곯도록 기다려야만 했다
집은 좁고 손님들은 많아서
어떤 자는 20분 기다리다 얻어먹고
어떤 자는 30분 기다리다 얻어먹고
어떤 자는 40분 기다리다 얻어먹고
그런데 어떤 자는 5분만 기다리고도
얻어먹고 가기도 했다
아우성을 친 놈
부엌엘 들랑거린 놈
종업원에게 아양을 떤 놈
제각기 실력들을 발휘하면서
어서들 얻어먹으려 야단들이었다
무량태수처럼 가만히 앉아서
갖다 주기만 기다리던 우리들은
무려 60분이 더 지나고
점심 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쯤에야
겨우 얻어먹고 돌아왔다
돈 주고 밥 한 그릇 얻는데도 저렇거늘
하물며 세상 사람들이
벼슬자리 돈자리 놓고는 어찌들 하겠는가
불문가지(不問可知)라고
밥 한 그릇도 못 찾아 먹는 우리들이
출세 못한 것도 당연하다고
서로 보고 웃으며 이만 쑤시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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