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희문의 뜰/ 임보
인수봉 아랫마을
쌍문동 478의 13
문을 열면 귀가 큰 스피츠 한 마리
차임벨처럼 반갑게 짖어대고
담쟁이들이 넓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고
수줍게 웃고 있는 목조 현관 옆
물때가 곱게 밴 어린 수련(垂蓮)들이
햇볕에 이마를 반짝이며 졸고 있는
장독대에는 이국종 작은 패랭이꽃들이
별무리 지어 종알대고
금잔디를 삼겠다고 잠시 비워 둔 뜰엔
만년 소녀, 시를 기르는 아내의 꿈이 가득
출렁이고 있는
물결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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