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날아가는 은빛 연못

채희문의 뜰

운수재 2009. 1. 4. 06:12

 

 

채희문의 뜰/           임보

 

 

인수봉 아랫마을

쌍문동 478의 13

 

문을 열면 귀가 큰 스피츠 한 마리

차임벨처럼 반갑게 짖어대고

 

담쟁이들이 넓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고

수줍게 웃고 있는 목조 현관 옆

 

물때가 곱게 밴 어린 수련(垂蓮)들이

햇볕에 이마를 반짝이며 졸고 있는

 

장독대에는 이국종 작은 패랭이꽃들이

별무리 지어 종알대고

 

금잔디를 삼겠다고 잠시 비워 둔 뜰엔

만년 소녀, 시를 기르는 아내의 꿈이 가득

 

출렁이고 있는

물결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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