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은수달 사냥

곡천(曲川)

운수재 2009. 2. 6. 10:40

 

 

 

曲 川 /                     임보

―律․16

 

 

 

송광사(松廣寺) 이르는 보성강 강둑

조부모 사시던 곡천(曲川) 마을

대수풀 돌담에 은어꾸러미

감똘기 살구꽃에 푸른 취나물

주암(住岩)댐 드는 물에 가라앉는다고

소처럼 크고 순한 오촌당숙

맨발로 훌쩍이며 달려왔었지.

 

지난 한식날 내려가 봤지

산모롱 모롱이로 신작로 나고

소도 닭들도 다 떠난 동네

당숙집 툇마루에 드러누워

차오를 물길을 미리 보았지

가죽나무 빈 가지에 걸린 하늘

다시는 못 볼 땅 만져 보았지.

 

마을 뒷동산 조상의 무덤

오백 년 옛날에 터를 잡은

진주강씨(晋州姜氏) 十二代 농은(農隱) 시조

벌떼 같던 자손들 다 흩어져 가고

외롭게 혼자 남은 묘 앞에 서서

열 두 자 제각 추녀 삼키는 물결

발 아래 출렁거릴 파돌 보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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