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은수달 사냥

시론

운수재 2009. 4. 11. 06:55

 

 

 

詩論/                        임보

 

 

 

소월(素月)의 그 암내서린 노래,

만해(萬海의 그 피학대증 님사설,

지용(芝溶)의 그 입김 같은 간지럼,

미당(未堂)의 그 교만과 거드름,

청마(靑馬)의 그 뚝심,

다형(茶兄)의 그 <절대고독>도 만져 보았지,

운좋은 청록파(靑鹿派)의 산과 들도 밟아 보고

김수영(金洙暎)의 벗은 몸 그 배꼽하며

김춘수(金春洙)의 <순수>라는 <비순수>도 들춰 보았지,

그리고 참

이상(李箱)의 그 <까마귀 눈>도 쪼개 보았지,

혹은 투명한 심장의 동맥으로

혹은 뇌수의 가는 실핏줄로

혹은 손끝의 손톱, 그 잔재주로

온 몸뚱이로

영혼으로

평생 엮어 만들었다는 그들의 집,

그 오색 찬란한 그것들이 무엇인가

나도 미쳐 한 30년

뭣이 빠지도록 좇아다녔지,

그래 무엇이던가?

詩란 말이지, 그 詩란 무엇이던가?

절반쯤 감추고 절반쯤 드러내는

아니, 절반쯤 드러내고 절반쯤 감추는

그 감춤의 간지러운 곡예,

술수다, 가면이다,

詩여, 지랄이여, 똥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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