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論/ 임보
소월(素月)의 그 암내서린 노래,
만해(萬海의 그 피학대증 님사설,
지용(芝溶)의 그 입김 같은 간지럼,
미당(未堂)의 그 교만과 거드름,
청마(靑馬)의 그 뚝심,
다형(茶兄)의 그 <절대고독>도 만져 보았지,
운좋은 청록파(靑鹿派)의 산과 들도 밟아 보고
김수영(金洙暎)의 벗은 몸 그 배꼽하며
김춘수(金春洙)의 <순수>라는 <비순수>도 들춰 보았지,
그리고 참
이상(李箱)의 그 <까마귀 눈>도 쪼개 보았지,
혹은 투명한 심장의 동맥으로
혹은 뇌수의 가는 실핏줄로
혹은 손끝의 손톱, 그 잔재주로
온 몸뚱이로
영혼으로
평생 엮어 만들었다는 그들의 집,
그 오색 찬란한 그것들이 무엇인가
나도 미쳐 한 30년
뭣이 빠지도록 좇아다녔지,
그래 무엇이던가?
詩란 말이지, 그 詩란 무엇이던가?
절반쯤 감추고 절반쯤 드러내는
아니, 절반쯤 드러내고 절반쯤 감추는
그 감춤의 간지러운 곡예,
술수다, 가면이다,
詩여, 지랄이여, 똥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