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황소의 뿔

우화

운수재 2009. 6. 1. 04:59

 

 

 

우화(寓話)/                           임보

 

 

 

낮에

파리가 꿀단지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꼴을 보고

나방이가 웃었다.

 

밤에 나방이가 불꽃 주위를 돌다

드디어 불 속에 떨어져

타 죽는 꼴을 보고

파리가 다시 웃었다.

 

이솝의 이 우화를 읽고

사람들은 자못 의젓해 하며 웃는다.

그러나 그들도 이 곤충들처럼

금력의 꿀단지

권력의 불꽃 속에 빠져

죽어 가는 자신을 못 보는 것이다.

 

제법 속이 트인 시인이

비로소 그것들을 보고 또 웃었다.

그러나 그들 시인도

부질없는 언어의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어리석은 곤충인 것을

저 위에 계신 한 분

그 분만이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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