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寓話)/ 임보
낮에
파리가 꿀단지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꼴을 보고
나방이가 웃었다.
밤에 나방이가 불꽃 주위를 돌다
드디어 불 속에 떨어져
타 죽는 꼴을 보고
파리가 다시 웃었다.
이솝의 이 우화를 읽고
사람들은 자못 의젓해 하며 웃는다.
그러나 그들도 이 곤충들처럼
금력의 꿀단지
권력의 불꽃 속에 빠져
죽어 가는 자신을 못 보는 것이다.
제법 속이 트인 시인이
비로소 그것들을 보고 또 웃었다.
그러나 그들 시인도
부질없는 언어의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어리석은 곤충인 것을
저 위에 계신 한 분
그 분만이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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