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STOP/ 임보
정월 초하루
집안 친척들 몇이 모여
고우․스톱을 했다.
화투장 마흔여덟 개는
왜놈들이 만든 것이고
놀이의 명칭은
미제(美製)다.
왜놈들 놀이개로
미제의 명분 밑에
국산 쪼다들이 판을 벌이고 있다.
조그마한 판에
동전 몇 닢을 놓고
아재비 조카
형수 누이 할 것 없이
혈안이 되어 골육상잔(骨肉相殘)
싸우고 있다.
싸기도 하고
쓸이도 한다
싸면 게우고
쓸면 받는다
<흔들었다> <피박>에
<쓰리․고>면 곱절이다
부익부(富益富), 빈익빈(貧益貧)
세상만태(世上萬態) 축소판이다.
밤늦도록
엎치락뒤치락
물고 물리고
돌고 돌다가
곤죽이 되어 쓰러졌다.
요사이는 웬일인지
때도 없고 터도 없이
만났다 하면 고우․스톱이다
가기도 하고
서기도 하고
간 곳마다 먹자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