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목마일기

GO STOP

운수재 2009. 8. 4. 07:57

 

 

 

 

GO STOP/                임보

 

 

 

정월 초하루

집안 친척들 몇이 모여

고우․스톱을 했다.

 

화투장 마흔여덟 개는

왜놈들이 만든 것이고

놀이의 명칭은

미제(美製)다.

왜놈들 놀이개로

미제의 명분 밑에

국산 쪼다들이 판을 벌이고 있다.

 

조그마한 판에

동전 몇 닢을 놓고

아재비 조카

형수 누이 할 것 없이

혈안이 되어 골육상잔(骨肉相殘)

싸우고 있다.

 

싸기도 하고

쓸이도 한다

싸면 게우고

쓸면 받는다

<흔들었다> <피박>에

<쓰리․고>면 곱절이다

부익부(富益富), 빈익빈(貧益貧)

세상만태(世上萬態) 축소판이다.

 

밤늦도록

엎치락뒤치락

물고 물리고

돌고 돌다가

곤죽이 되어 쓰러졌다.

 

요사이는 웬일인지

때도 없고 터도 없이

만났다 하면 고우․스톱이다

가기도 하고

서기도 하고

간 곳마다 먹자판이다.

 

 

 

 

 

'임보시집들 > 목마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를 앓으며  (0) 2009.08.08
공옥진의 가락  (0) 2009.08.06
양반 타작  (0) 2009.08.02
사슴의 뿔  (0) 2009.07.31
목마일기 3  (0) 2009.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