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눈부신 귀향

천국의 문

운수재 2009. 12. 12. 04:56

 

 

 

 

천국의 문(門)/                임보

 

 

 

세상의 종말이 왔다

이 지상에서 제일 소중한 것 하나씩만 가지고 저 세상에 가도록 허락했다

 

어떤 자는 무거운 황금 뭉치를 낑낑대며 지고 간다

어떤 자는 애인의 손을 잡고 시시덕거리며 간다

어떤 농부는 씨앗 주머니를 소중히 안고 가기도 하고

어떤 어부는 큰 그물을 메고 가기도 한다

말을 타고 가는 자도 있고

수레를 끌고 가는 자도 있다

 

당신은 무엇을 가지고 가겠는가?

 

그런데

천상의 입구에 이르렀을 때

한 사람에게만 문이 열렸다

 

그는

병든 노모를 업고 온 가난한 등대지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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