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스워드」/ 임보
「갓스워드」는
1999년 12월 런던의 어느 초라한 고서점에서
프랑스의 한 고고학자에 의해 발견된 책이다
저자도 연대도 망실된 필사본인데
두 세기 전쯤
아일랜드의 한 박물학자가 쓴 것으로
발굴자는 추정했다
그 고고학자는 이 「갓스워드」를 읽고
한 달포쯤 실성한 상태였다
그것은 한 시대의 시공을 넘어선
우주의 심장을 뚫는 잠언서(箴言書)인데
거기에는 이 시대를 지배하고 있는
원시경(텔레비전)과 만능기(컴퓨터)에 대해서도
이미 예언되고 있었다
이 책을 기록한 저자는 아마
당대에는 허무맹랑한 몽상가로 치부되었으리라
몇 백 년을 앞서 간 그를 알아보지 못한
세상 사람들은 다 청맹과니였다
그런데 또 놀라운 것은
그 책의 말미에 덧붙은 몇 줄의 참언(讖言)이다
구름을 뚫고
큰 손님이 내려오리라
그리고
물이 온 대지를 덮고
불이 온 누리를 태우리라
큰 손님의 하강을
어느 종교인은 신의 강림으로 받아들이고
어느 천문학자는 유성의 출현으로 해석하는가 하면
어느 반전론자는 수폭과 같은 가공의 무기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 손님이 무엇일지
어리석은 사람들은 그가 지나간 뒤에야 비로소 알리라
「갓스워드」의 의미도
God's Word(神語)인지 God Sword(神劍)인지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