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일보 2009.6.10.(수요일)자
詩가 있는 풍경
등짐
임보
꿈에서는 그 꿈이 꿈인 줄 모르듯이
우리 사는 이 세상도 아마 그런갑다
꿈에서 얽힌 일들
깨고 나면 다 풀리듯
이 세상 근심 걱정도
깨고 나면 다 풀릴 걸
등짐만 공연히 지고
등이 휘게 가는 갑다
◆시 읽기◆
가끔 곤한 낮잠을 깬 초저녁이 꼭 흐린 아침 같아 화들짝 놀랄 때가 있다. 어릴 적엔
어스름저녁에 책가방을 메고 후다닥 대문을 나선 적도 있었다. 몇 차례 밑도 끝도 없
는 꿈을 꾸다가 잠을 깨면 꿈도 현실도 아닌 사이에 일어나는 순간적인 착각이다.
꿈이란 의식이 잠자고 있을 때 움직임이 일어나는 잠재의식이다. 자의식은 물론 무의
식, 잠재의식까지도 자신이며, 자신의 삶인 것이다.
잠속의 꿈을 꿈이라 할 것인가? 현실의 삶을 꿈이라 할 것인가?
"꿈에서 얽힌 일들 깨고 나면 다 풀리듯, 이 세상 근심 걱정도
깨고 나면 다 풀릴 걸, 등짐만 공연히 지고 등이 휘게 가는 갑다."
이 얼마나 간단하고 쉬운 깨침이며, 쉬운 가르킴인가?
삶이란 자신이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이 알게 모르게 입력된 뇌의 기억장치가
만들어 내는 것이다.
삶은 아는 만큼 느낄 수 있고 아는 만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한바탕 꿈과 같은 일생을 살면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생각
하며, 어떤 삶을 가꾸어 갈것인가?
유 진/ 시인, 첼리스트<선린대학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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