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 시 해설

[스크랩] 바보 이력서 / 임보

운수재 2012. 10. 10. 12:20

☛ 서울일보/ 2012.10.8(월요일)자

 

 

가 있는 풍경

 

 

 

바보 이력서

                            임보

 

 

친구들은 명예와 돈을 미리 내다보고

법과대학에 들어가려 혈안일 때에

나는 영원과 아름다움을 꿈꾸며

어리석게 문과대학을 지원했다

 

남들은 명문세가를 좇아

배우자를 물색하고 있을 때

나는 가난한 집안에서 어렵게

자란 현모양처를 구했다

 

이웃들은 새로운 터전을 찾아 강을 넘어

남으로 갔을 때

나는 산을 떨치지 못해 추운 북녘에서

반평생을 보냈다

 

사람들은 땅을 사서 값진 과목들을 심을 때

나는 책을 사서 몇 줄의 시를 썼다

세상을 보는 내 눈은 항상 더디고

사물을 향한 내 예감은 늘 빗나갔다

 

그래서 한평생 내가 누린 건 무명과 빈곤이지만

그래서 또한 내가 얻은 건 자유와 평온이다

 

 

시 읽기

겉보다 속을 더 가꾸는 사람에게는 지성의 멋과 인품의 향기가 베어난다.

세상을 보는 눈은 항상 더디고, 사물을 향한 예감은 늘 빗나갔다. 그래서 한평생 누린 건 무명과 빈곤이지만, 그래서 또한 얻은 건 자유와 평온이라고 당당히 말하고 있는 시인은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국문학박사로써, 국문학교수로써, 시인으로써의 길을 묵묵히 지켜가는 분이다.

세상적인 출세와 편이를 쫒지 않아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자유와 평온뿐일까?

많은 선각자들이 ‘아는 바보’가 되라 했다. 바보 중에는 모른다는 것도 ‘모르는 바보’와 잘 안다고 믿고 있는 ‘아는 바보’가 있다. 현대는 지식과 정보의 홍수 속에 아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아는 것을 행하지 않으면 모르는 바보보다 더 불쌍한 바보가 아니던가. 실행과 실천으로 검증된 지혜를 터득한 현명한 바보가 진정 ‘위대한 바보’일 것이다.

 

눈을 잃은 사람이 볼 수는 없어도 있는 / 저 언덕 위의 무지개처럼 / 귀를 잃은 사람이 들을 수 없어도 있는 / 저 하늘 속의 천둥처럼 / 우리의 감각으로는 가 닿을 수 없는 / 그런 세상 도 있나니 /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 들리지 않는 것이라고 / 만질 수 없는 것이라고 / 없다 고 이르지 말라 / 저 푸른 구름 위에도 예쁜 / 다락 마을이 있나니... -구름위의 다락마을 (林步)-

 

○눈에는 ○만 보이고, ○귀에는 ○만 들리는 법이다. 넘치는 세상풍요 속에서 무엇을 듣고,

무엇을 볼 것인가? 무엇을 향해 어떤 가치추구의 삶을 살 것인가?

                                     유 진/ 시인, 첼리스트<선린대학 출강>

출처 : 우리시회(URISI)
글쓴이 : 유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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