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작전
임보
내가 공들여 쓴,
시인을 만드는 책 <시와 시인을 위하여>가
몇 년을 벼르고 벼르다 드디어 출간되었는데
세상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이를 민망히 여긴 시원(詩苑)의 학사(學士)들이
저마다 한 가지씩 묘책을 내놓는다
먼저 P 시인이 농담 삼아 이르는 말
자기가 지하철 외판원으로 나서보겠단다
상계동 어느 교차로 목 좋은 곳을 점찍어 뒀는데
거기서 외쳐대면 몇 백 권쯤은 금방 나갈 거라는 얘기다
이를 받아서 H 시인은
인터넷에 올리자는 것이다
페이스북이며 트위터에 몇 사람이
그럴싸하게 포장을 하여 선전을 펼치게 되면
수백이 아니라 수천 부는 거뜬히 팔릴 거라는 장담이다
그러자 Y시인은 다단계 전략을 내세운다
한 사람이 두 권씩 구입하여 두 사람에게 나누어 주면서
그들도 두 권씩 사서 다시 두 사람에게 나누어 주도록 하면
몇 단계 가지 않아 수만 권이 팔릴 것이니
금방 베스트셀러 대열에 낄 거라는 주장이 아닌가?
이러다간 시 공부하는 선량한 사람들을
모두 팔자에 없는 앵벌이로 만들고 말 것만 같다
사람들아,
시인을 만드는 책, <시와 시인을 위하여>를
너무 많이 팔지 말자!
만약 세상 사람들이 너도 나도 다 시인이 되어
이 나라가 온통 시인공화국이 된다면
G.N.P.는 떨어지고,
쓸데없는 말들만 흥청거릴 것이니
도대체 그 책임을 누가 진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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