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베스트셀러 작전

운수재 2013. 11. 21. 10:22

 

 

 

베스트셀러 작전

                                              임보

 

내가 공들여 쓴,

시인을 만드는 책 <시와 시인을 위하여>가

몇 년을 벼르고 벼르다 드디어 출간되었는데

세상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이를 민망히 여긴 시원(詩苑)의 학사(學士)들이

저마다 한 가지씩 묘책을 내놓는다

 

먼저 P 시인이 농담 삼아 이르는 말

자기가 지하철 외판원으로 나서보겠단다

상계동 어느 교차로 목 좋은 곳을 점찍어 뒀는데

거기서 외쳐대면 몇 백 권쯤은 금방 나갈 거라는 얘기다

 

이를 받아서 H 시인은

인터넷에 올리자는 것이다

페이스북이며 트위터에 몇 사람이

그럴싸하게 포장을 하여 선전을 펼치게 되면

수백이 아니라 수천 부는 거뜬히 팔릴 거라는 장담이다

 

그러자 Y시인은 다단계 전략을 내세운다

한 사람이 두 권씩 구입하여 두 사람에게 나누어 주면서

그들도 두 권씩 사서 다시 두 사람에게 나누어 주도록 하면

몇 단계 가지 않아 수만 권이 팔릴 것이니

금방 베스트셀러 대열에 낄 거라는 주장이 아닌가?

 

이러다간 시 공부하는 선량한 사람들을

모두 팔자에 없는 앵벌이로 만들고 말 것만 같다

 

사람들아,

시인을 만드는 책, <시와 시인을 위하여>를

너무 많이 팔지 말자!

만약 세상 사람들이 너도 나도 다 시인이 되어

이 나라가 온통 시인공화국이 된다면

G.N.P.는 떨어지고,

쓸데없는 말들만 흥청거릴 것이니

도대체 그 책임을 누가 진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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