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빠진 치과의사
임보
오래된 이발관 같은 치과병원이
강릉의 변두리에 하나 있다
주인도 낡고 의자도 낡았지만
한 번 길을 튼 사람은 단골이 된다
발치(拔齒)를 다반사로 하는 여느 병원과는 달리
그 병원의 주인은 여간 해선 이를 안 뽑는다
이를 뽑아야 공사가 늘어난다는 걸 모를 리 없으련만
보존에만 정성을 쏟을 뿐 보철(補綴)엔 별 관심이 없다
하나의 가짜 의치(義齒)를 만들어 넣기 위해
건강한 두 개의 이를 허물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
돈을 벌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면
소처럼 희죽이 웃는데
그의 윗 앞니 두 개도 휑하니
비어 있다
(월간문학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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