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이가 빠진 치과의사

운수재 2014. 10. 29. 08:37

 

 

이가 빠진 치과의사

                                                  임보

 

 

오래된 이발관 같은 치과병원이

강릉의 변두리에 하나 있다

 

주인도 낡고 의자도 낡았지만

한 번 길을 튼 사람은 단골이 된다

 

발치(拔齒)를 다반사로 하는 여느 병원과는 달리

그 병원의 주인은 여간 해선 이를 안 뽑는다

 

이를 뽑아야 공사가 늘어난다는 걸 모를 리 없으련만

보존에만 정성을 쏟을 뿐 보철(補綴)엔 별 관심이 없다

 

하나의 가짜 의치(義齒)를 만들어 넣기 위해

건강한 두 개의 이를 허물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

 

돈을 벌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면

소처럼 희죽이 웃는데

 

그의 윗 앞니 두 개도 휑하니

비어 있다

 

                              (월간문학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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