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스크랩] `어처구니`론(論) / 임보

운수재 2016. 2. 18. 06:59

 


어처구니()

                                                      임보


  

어처구니없다라는 말이 있다

사전에는 일이 너무 뜻밖이어서 기가 막히는 듯하다

유의어에 어이없다라고 정리하고 있다

 

어처구니

곡식을 갈 때 사용한 맷돌의 나무 손잡이라고도 하고

한옥의 용마루나 처마끝에 장식으로 올린 동물들의 잡상이라고도 한다

맷돌에 손잡이가 없으면 황당한 일이고

지붕에 올려 놓은 잡상이 무너져 없어졌다면 이 또한 꼴불견이니

그렇게 해석이 될 법도 하기는 하다

 

그러나 그 동안 떠돈 이러한 어원설들은 별로 신통치 않다

전라도에서는 어처구니없다라는 말을

얼처구니없다’ ‘얼척없다혹은 그냥 얼척이라고도 쓴다

어원의 관건은 얼척에 있어 보인다

 

얼척’?

얼척이 무슨 뜻이란 말인가?

어렵게 해석할 것 없다

얼굴척하다의 합성어다

척하다는 가식을 뜻하는 보조사가 아닌가?

그러니 얼척가식의 얼굴거짓된 낯짝이다

앞뒤가 서로 맞지 않은 황당한 상황을 만났을 때

얼척없다라는 말이 나왔으리라

 

얼척얼처구니로 된 것은 볼타구니’ ‘사타구니처럼

얼굴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바뀐 것이다

얼처구니어처구니로 된 것은 버들나무버드나무로 변하듯

발음을 부드럽게 하기 위한 탈락현상이다

 

어처구니

참 어처구니없게도 혼란을 일으킨 말이다

 

 

 

 



출처 : 자연과 시의 이웃들
글쓴이 : 운수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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