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론(論)
임보
‘어처구니없다’라는 말이 있다
사전에는 ‘일이 너무 뜻밖이어서 기가 막히는 듯하다’
유의어에 ‘어이없다’라고 정리하고 있다
‘어처구니’는
곡식을 갈 때 사용한 맷돌의 나무 손잡이라고도 하고
한옥의 용마루나 처마끝에 장식으로 올린 동물들의 잡상이라고도 한다
맷돌에 손잡이가 없으면 황당한 일이고
지붕에 올려 놓은 잡상이 무너져 없어졌다면 이 또한 꼴불견이니
그렇게 해석이 될 법도 하기는 하다
그러나 그 동안 떠돈 이러한 어원설들은 별로 신통치 않다
전라도에서는 ‘어처구니없다’라는 말을
‘얼처구니없다’ ‘얼척없다’ 혹은 그냥 ‘얼척’이라고도 쓴다
어원의 관건은 ‘얼척’에 있어 보인다
‘얼척’?
‘얼척’이 무슨 뜻이란 말인가?
어렵게 해석할 것 없다
‘얼굴’과 ‘척하다’의 합성어다
‘척하다’는 가식을 뜻하는 보조사가 아닌가?
그러니 ‘얼척’은 ‘가식의 얼굴’ 곧 ‘거짓된 낯짝’이다
앞뒤가 서로 맞지 않은 황당한 상황을 만났을 때
‘얼척없다’라는 말이 나왔으리라
‘얼척’이 ‘얼처구니’로 된 것은 ‘볼타구니’ ‘사타구니’처럼
‘얼굴’ 곧 ‘낯’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바뀐 것이다
‘얼처구니’가 ‘어처구니’로 된 것은 ‘버들나무’가 ‘버드나무’로 변하듯
발음을 부드럽게 하기 위한 ㄹ탈락현상이다
‘어처구니’
참 어처구니없게도 혼란을 일으킨 말이다
출처 : 자연과 시의 이웃들
글쓴이 : 운수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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