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스크랩] 색(色) / 임보

운수재 2017. 1. 24. 08:07

 


()

산상문답8

                                                  임보 

 


[물음]

 

어느 가르침에서는

() 가까이 하는 일을 꺼리고 있사온데

금욕하는 것이 바른 길인지요?

 

 

[대답]

 

한 그루 나무를 보라

지상의 잎과 가지는 햇빛을 좇아 열렬히 뻗고

땅 속의 뿌리들은 물을 찾아 꿋꿋이 내리지 않더냐?

또한 눈도 코도 없는 그들이 어찌 그리

곱고도 향기로운 꽃으로 벌 나비들을 불러들여

얼마나 풍요한 열매를 맺더냐?

나무가 그렇게 하는 것은 다 자연이다

너도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고

졸리면 자지 않느냐?

먹이가 있으면 침이 고이고

이성(異性)을 보면 가슴이 설레는 것

그것이 다 자연이다

사실, 생명이 지상에서 맡은 궁극적인 임무는

새끼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 음양(陰陽)의 합환(合歡)을 꺼리는 것이

오히려 천도(天道)를 거역하는 일이다

하나 인간들이 간교하여

그 본분은 생각지 않고

육신의 환락만을 탐하는 것이

안타깝다는 뜻이니라

무엇이든지 지나친 욕심을 부리는 것은

자신을 망치는 일이지만

하고자 하는 바를 좇아 자연스럽게 가는 것은

섭생(攝生)의 원만한 길이다.

 

 

 

출처 : 자연과 시의 이웃들
글쓴이 : 운수재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