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色)
―산상문답․8
임보
[물음]
어느 가르침에서는
색(色) 가까이 하는 일을 꺼리고 있사온데
금욕하는 것이 바른 길인지요?
[대답]
한 그루 나무를 보라
지상의 잎과 가지는 햇빛을 좇아 열렬히 뻗고
땅 속의 뿌리들은 물을 찾아 꿋꿋이 내리지 않더냐?
또한 눈도 코도 없는 그들이 어찌 그리
곱고도 향기로운 꽃으로 벌 나비들을 불러들여
얼마나 풍요한 열매를 맺더냐?
나무가 그렇게 하는 것은 다 자연이다
너도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고
졸리면 자지 않느냐?
먹이가 있으면 침이 고이고
이성(異性)을 보면 가슴이 설레는 것
그것이 다 자연이다
사실, 생명이 지상에서 맡은 궁극적인 임무는
새끼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 음양(陰陽)의 합환(合歡)을 꺼리는 것이
오히려 천도(天道)를 거역하는 일이다
하나 인간들이 간교하여
그 본분은 생각지 않고
육신의 환락만을 탐하는 것이
안타깝다는 뜻이니라
무엇이든지 지나친 욕심을 부리는 것은
자신을 망치는 일이지만
하고자 하는 바를 좇아 자연스럽게 가는 것은
섭생(攝生)의 원만한 길이다.
출처 : 자연과 시의 이웃들
글쓴이 : 운수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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