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신(肉身)과 정신
―산상문답․12
임보
[물음]
어떤 이는 육신을 정신의 집으로 여기고
정신을 육신의 위에 놓습니다
바른 판단인지요?
[대답]
육신을 그릇으로 보고
정신을 그 그릇에 담긴 음식으로 본다면
혹 그렇게 생각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처지에 따라서는
그릇이 음식보다 더 값진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러니 형식과 내용을 두고 우열을 말하는 것은
온당치가 않구나
더욱이 육신과 정신의 관계는 이와도 달라서
나눌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육신 없이는 정신이 비롯될 수 없고
정신 없이는 육신이 설 수 없다
그러니 이는 둘이 아니라 하나
배와 등처럼 한 몸의 두 이름일 뿐이다
어떤 자는 육신의 욕망에 기울기도 하고
어떤 자는 육신의 고행에 매달리기도 한다
그러나 전자가 얻는 것은 몇 근의 헛된 살이고
후자가 얻는 것은 자학의 부질없는 자위일 뿐
그들이 거둔 것은 불구(不具)에 지나지 않는다
원만한 정신은 원만한 육신의 기운이며
원만한 육신은 원만한 정신의 응결이다
하나를 누르면 다른 하나도 눌리고
하나를 헐면 다른 하나도 헐린다.
출처 : 자연과 시의 이웃들
글쓴이 : 운수재 원글보기
메모 :
'신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수명(壽命) / 임보 (0) | 2017.02.04 |
---|---|
[스크랩] 정(正)과 사(邪) / 임보 (0) | 2017.02.03 |
[스크랩] 산상문답 11 <업(業)> / 임보 (0) | 2017.01.31 |
[스크랩] 세상의 중심 / 임보 (0) | 2017.01.30 |
[스크랩] 교(敎) / 임보 (0) | 2017.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