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스크랩] 육신과 정신 ---산상문답12 / 임보

운수재 2017. 2. 2. 09:04

 


육신(肉身)과 정신

산상문답12

                                                          임보


  

[물음]

 

어떤 이는 육신을 정신의 집으로 여기고

정신을 육신의 위에 놓습니다

바른 판단인지요?

 

 

[대답]

 

육신을 그릇으로 보고

정신을 그 그릇에 담긴 음식으로 본다면

혹 그렇게 생각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처지에 따라서는

그릇이 음식보다 더 값진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러니 형식과 내용을 두고 우열을 말하는 것은

온당치가 않구나

더욱이 육신과 정신의 관계는 이와도 달라서

나눌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육신 없이는 정신이 비롯될 수 없고

정신 없이는 육신이 설 수 없다

그러니 이는 둘이 아니라 하나

배와 등처럼 한 몸의 두 이름일 뿐이다

어떤 자는 육신의 욕망에 기울기도 하고

어떤 자는 육신의 고행에 매달리기도 한다

그러나 전자가 얻는 것은 몇 근의 헛된 살이고

후자가 얻는 것은 자학의 부질없는 자위일 뿐

그들이 거둔 것은 불구(不具)에 지나지 않는다

원만한 정신은 원만한 육신의 기운이며

원만한 육신은 원만한 정신의 응결이다

하나를 누르면 다른 하나도 눌리고

하나를 헐면 다른 하나도 헐린다.

 

 

 

 

출처 : 자연과 시의 이웃들
글쓴이 : 운수재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