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에 관하여
임보
선사들이 문득 깨달았다고 한다
무엇을 깨달았다는 것인가
진리를 터득했다는 말인가
이 세상이 무엇인가를 깨쳤단 말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를 알았다는 말인가
영구불변한 절대적 진리는 없다
그러니 터득했다면 진리가 아니라
진리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이 세상이 무엇인가를 깨쳤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 무한 시공의 대우주 실상을
오척 인간의 작은 머리로 어찌 헤아릴 수 있단 말인가
깨달았다면 만사가 부질없다는 사실이리라
그러니 깨달았다는 것은 살아가는 방도― 즉
어떻게 사는 것이 마음고생을 더는 길인가에 대한 것이리라
어떤 이는 욕심 줄이는 일로 보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라 여기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절대 자유―무애불기(無碍不羈)에 가 닿기도 한다
사람의 성미가 천태만상이니 만족하며 사는 방도도 천태만상
남의 깨달음에 귀 기울이지 말고
네 방도를 찾도록 해라
네 생애의 주인공은 오직 너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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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언시집 [산상문답]에서
출처 : 자연과 시의 이웃들
글쓴이 : 운수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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