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통쿠나, 사랑하는 아이들아!
/ 임 보
큰 강을 막아 거대한 댐을 만들고
땅을 깊이 뚫어 지하철을 건설하고
하늘 높이 마천루를 쌓아올리기도 한
어른들의 손들도 무력하기만 하구나
너희가 탄 한 척의 뒤집힌 배를
서둘러 바로 세울 수가 없다니...
세계에서 가장 선박을 많이 만든다는 나라
세계 제일의 IT 강국이라고 으스대는 나라
몇 만 불의 GDP와 외환보유고를 자랑하는 나라
5천만의 적지 않은 인구를 가진 나라
이 나라의 어른들은 지금 속수무책
넋을 잃고 발만 동동거리고 있구나
많은 구조선과 구조대원들이 모여들고
모든 메스컴의 눈들이 진도 바다를 지켜보며
지상의 SNS와 통신망들은 아우성을 치고
각계 종파의 신앙인들도 제단 앞에 달려가
자신의 신들에게 무릎 꿇고 매달리건만
굳게 닫친 물의 문을 열 수가 없구나
아직 채 자라나지 못한 이 나라의 새싹들아,
이제 막 피어나려는 사랑하는 꽃봉오리들아,
심해의 어둠 속에 떨어져 내린 우리의 꿈들아,
정녕 너희는 몽매한 이 사회를 일깨우는 경적인가?
어두운 이 나라를 밝히려는 횃불인가?
이 무능한 어른들을 용서치 말아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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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보 시집 [광화문 비각 앞에서 사람 기다리기]에서
출처 : 자연과 시의 이웃들
글쓴이 : 운수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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