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괜찮다
임보
내 시(詩)가 방송을 탔다고
여기저기서 연락이 온다
무슨 일인가 궁금해서 알아봤더니
어느 티비‘톡’프로에서 ‘추억’얘기를 하다가
한 진행자가
열일곱 살 때를 그리워하는 내 시―
‘오빠가 되고 싶다’를 읽었다는 것!
그동안― 아니, 한평생
임보가 얼마나 허접한 시인이었기에
겨우 시 한 편 읽히는 사건을 두고
지인들이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으리…
내가 만일 브라운관에 몸소 등장해서
낭창*이라도 읊조렸더라면 난리가 날 뻔했다
다정한 친구들아!
내가 너무 떠서 유명해지기를 바라지 말라
그렇게 되면
바쁜 몸이 된 나를
그대가 어찌 쉽게 영접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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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창 : 창(唱)처럼 능청스럽게 읊조리는 임보의 시낭송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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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자연과 시의 이웃들
글쓴이 : 운수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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