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우리집 일요일 풍경

운수재 2020. 4. 19. 14:36



우리집 일요일 풍경

                                           임보

 


우리집엔

우리 늙은이 내외와

시집 안 간 딸년 하나

이렇게 세 식구가 사는데

 

각기

방 하나씩 차지하고

독불장군으로 살아간다

 

아내는 안방에서

휴대전화로 주일예배를 보고

 

딸년은 2층 제 방에서

무슨 작곡을 한다며 두문불출이고

 

나는 건넌방 내 골방에서

온종일 노트북에 코를 박고 있다

 

가끔 안방에선

쓸쓸한 찬송가가 울리고

 

더러 이층에선

전화통을 붙들고 간드러진

웃음소리가 들리건만

 

내 골방은 웃을 일도 없어

언제나 절집처럼 조용하다

 

마당에 나가

상추밭에 물이나 주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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