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일요일 풍경
임보
우리집엔
우리 늙은이 내외와
시집 안 간 딸년 하나
이렇게 세 식구가 사는데
각기
방 하나씩 차지하고
독불장군으로 살아간다
아내는 안방에서
휴대전화로 주일예배를 보고
딸년은 2층 제 방에서
무슨 작곡을 한다며 두문불출이고
나는 건넌방 내 골방에서
온종일 노트북에 코를 박고 있다
가끔 안방에선
쓸쓸한 찬송가가 울리고
더러 이층에선
전화통을 붙들고 간드러진
웃음소리가 들리건만
내 골방은 웃을 일도 없어
언제나 절집처럼 조용하다
마당에 나가
상추밭에 물이나 주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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