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두 가지 깨달음

운수재 2020. 5. 23. 11:20

두 가지 깨달음

                            임보            임보

 

 

모처럼 동네 이발소에 간다고

아내에게 신고하고 밖엘 나온다

 

날씨가 꾸물하니 우산을 챙겨 가세요!”

아내의 충고를 무시하고 그냥 나온 내게

 

비가 오면 전화하세요!”

아내가 다시 당부한다

 

아차! 마스크를 미처 못 챙기고 나왔다

길에 가는 사람들을 보자 생각이 났다

 

다시 집에 돌아가기는 귀찮고 해서

약방에 들러 마스크를 사서 끼고 이발소로 간다

 

이발을 하는 동안 창밖을 보니

행인들이 우산을 쓰고 지나간다

 

이발을 다 끝내고 나오려 하니 비가 억수로 쏟아진다

집에 연락을 하려고 주머니를 만져보니 휴대폰이 없다

 

어떻게 하지?

주변에 우산 파는 상점도 없는데

 

전화기를 빌어 집에 연락을 해 본다? 그런데

아내의 전화번호가 깜깜하다

 

내 휴대폰에서 아내의 번호는 늘 1번이므로

아내의 진짜 전화번호는 내 뇌리에서 이미 사라졌다

 

장대비를 맞으며 빗속을 달리면서 깨닫는다

아내의 말을 잘 들으면 만사형통이라는 진리를!

 

비에 흠뻑 젖어 장닭처럼 허둥대며 비로소 깨닫는다

그 휴대폰이 바로 내 생명줄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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