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멸치 똥

운수재 2020. 5. 26. 11:10

멸치 똥

                       임보                 임보

 

 

아내가 멸치 똥을 뺍니다

 

죽방멸치 한 상자를 풀어놓고

멸치 한 마리 한 마리씩

머리를 떼고 몸속에 들어 있는

똥―검은 내장을 발라냅니다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내가

‘그냥 먹어도 되지 않느냐’니까

 

아내 왈

바다가 오염돼서 안 된답니다

 

나도 멸치 몇 줌 갖다놓고

아내를 거들어 봅니다

 

머리, 똥, 몸통을 따로따로 분리해 놓는데

자꾸 헷갈립니다

머리에다 똥을 놓기도 하고

똥에다 머리를 놓기도 하고…

 

멸치 한 상자 손질하는데

한 나절이 다 갑니다

 

살림하기 참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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