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 똥
임보 임보
아내가 멸치 똥을 뺍니다
죽방멸치 한 상자를 풀어놓고
멸치 한 마리 한 마리씩
머리를 떼고 몸속에 들어 있는
똥―검은 내장을 발라냅니다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내가
‘그냥 먹어도 되지 않느냐’니까
아내 왈
바다가 오염돼서 안 된답니다
나도 멸치 몇 줌 갖다놓고
아내를 거들어 봅니다
머리, 똥, 몸통을 따로따로 분리해 놓는데
자꾸 헷갈립니다
머리에다 똥을 놓기도 하고
똥에다 머리를 놓기도 하고…
멸치 한 상자 손질하는데
한 나절이 다 갑니다
살림하기 참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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