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적(入寂)
임 보 임보
아침에 일어나 봤더니
내 방 창밖의 방충망에
웬 십자가 하나 걸려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잠자리 한 분 붙어 계시다
창을 열었는데도
미동도 없이 명상 중이다
고행의 날개를 쉬고 있는 걸까?
중생의 고뇌를 사해 달라는 기도 중일까?
언제부터 그렇게 매달려 있는지
아침밥을 먹고 나서 다시 봐도 그대로다
천정에 매달린 전등이 신기한 것일까?
내 골방의 책들이 궁금한 것일까?
아니면
이 방의 주인이 불가사의하다는 걸까?
저 손님을 어떻게 대접해야 할지
참 막막하기도 했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허공 입적(入寂)에 드신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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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시> 2020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