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부
임 보
내게서 몇 해 시를 들은 바 있는
나이가 좀 든 문하생이 있는데
술자리에서 내게 전화를 하면서 나를 호칭키를
‘싸부’라고 한다
사부(師父)는 스승을 높여 이르는 말이지만
‘싸부’는 좀 듣기 거시기하다
무슨 깡패집단의 우두머리 같기도 하고
무슨 주물공장의 화부 같은 느낌도 든다
아무튼
‘사부’라고 호칭하기는 좀 민망하다는,
말하자면 별로 존경하고 싶진 않지만
마지못해 그렇게 부른다는
묘한 뉘앙스를 담고 있는 것도 같기 때문이다
“여봐, 그렇게 어렵게 부르지 말고 그냥
‘선생’이라고 불러!”라고 말하고 싶지만
나는 그냥 그만두기로 한다
까다로운 ‘싸부’가 별 트집을 다 잡는다고
빈정거릴 게 뻔하지 않겠는가?
아니,
근본적인 문제는 내게 있겠다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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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창작 2021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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