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 절구(絶句) 짜기
임 보
꿈속에서 절구를 짠다
내가 댓 살 무렵 조부님 슬하에서 글자를 익히기 시작하면서
교재로 썼던 5언절구집 『추구(推句)』의 첫 구절
‘天高日月明’을 종횡으로 놓고 시구를 만드는 일이다
그러니
天高日月明
高 ? ? ? ?
日 ? ? ? ?
月 ? ? ? ?
明 ? ? ? ?
물음표(?) 자리에 글자를 넣어 시구를 짜는 놀이다
‘高山淸江長’ 둘째 구를 만들어 넣어 본다
天高日月明
高山淸江長
日淸 ? ? ?
月江 ? ? ?
明長 ? ? ?
‘日淸草葉靑’ 셋째 구를 억지로 짜 본다
天高日月明
高山淸江長
日淸草葉靑
月江葉 ? ?
明長靑 ? ?
그런데 마지막 구를 어떻게 메운다?
한참을 끙끙대다가
‘月江葉舟行’
‘달빛 어린 강위를 푸른 잎새 배가 흘러간다’
시가 됐는지 어쩐지도 모르면서
혼자 쾌재를 부르다가 꿈을 깼다.
-------------------------------------------------
(시선 2021년 겨울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