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의 <마음학교> / 임보
본의 아니게 학교를 하나 열었다.
삼각산 밑, 화계사 길
수유리 시장통 입구에 자리한 낡은 건물이지만
이웃들이 참 아기자기하다.
<춘자싸롱>의 간판을 보며 복도에 들어서면
2층으로 오르는 좌측의 좁은 계단
<부귀작명소>와 <구룡선원>을 지나
<자비정사> <구통신사(九通神師)>
그리고 3층의
<괴사동방진인(怪師東方眞人)>
<운곡문학역학예술원>
암자 <칠성암>을 넘어
맨 위 4층에 이르면
천 시인의 사업장 <한국정보통신>이 있는데
학교이사장인 천 시인이 자신의 업소에
새로 문을 연 학교의 이름을 달았다
왈 《임보 문학관 「마음학교」》다.
내가 매주 화요일 오전에 가서
한 둬 시간쯤 시에 대한 얘기를 지껄이는 곳이다.
학생은 5,6십대의 중늙은이들 몇
교실은 언제나 허전하지만
점심에 부대찌개와 소주 맛이 괜찮아
휴강하는 일이 없다.
그렇게 해서 언제 빛을 보겠느냐고
주위 사람들은 빈정대기도 하지만
놀라지 마시라
인사동에 분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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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우리 詩> (2022. 3월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