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시

[채근시] 자연 속의 삶 1-5 / 임보

운수재 2006. 2. 22. 11:21

一. 自然 속의 삶

                                                                임 보



1

바람이 지나고 나면 대(竹)는 소리를 지니지 않고

기러기가 지나고 나면 못(潭)은 그림자를 남기지 않는다.



*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은 덧없이 흘러가는 것들이다.

그러니 흘러가는 그것들에 집착하여 마음을 빼앗길 일이 아니다.

그래서 현명한 이는 지나가는 것들에 미련을 갖지 않고 늘 마음을 비운다.




2

산림(山林)의 즐거움을 말하는 사람은

아직 산림의 참맛을 깨닫지 못한 이요

명리(名利)를 말하기 꺼려하는 사람은

아직 마음이 명리를 떠나지 못한 자다.



* 마음이 크게 열린 이에겐 좋아하고, 싫어함이 따로 있지 않다.

만일 어떤 대상에 대해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정을 지나치게 가지고 있다면

이는 좋아하는 것에 대한 진미를 아직 충분히 맛보지 못한 사람이며,

또한 싫어하는 것에 대한 집착에서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3

천자만홍(千紫萬紅)은 한때의 환영(幻影)이요

낙목한천(落木寒天)은 천지의 진경(眞境)이다.



* 화사한 봄 경관이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그것이 자연의 참 모습이 아닌 것을

백설이 세상을 뒤덮는 겨울이 와서야 비로소 깨닫게 된다.



4

마음이 조급한 자의 세월(歲月)은 짧고

마음이 큰 자의 세상은 넓다.



* 시간도 유구하고 공간도 무한하다.

그런데 마음이 트이지 못한 자는 그 유장한 시공을 느끼지 못하고

쫓기며 옹색하게 살아간다.




5

정취(情趣)는 마음에서 얻어지나니

갈대집 대숲에도 맑은 바람 좋을시고



* 흥겨운 정취를 누리기 위해 명승고적을 꼭 찾을 필요는 없다.

길가의 하찮은 돌멩이에서도 자연의 신비를 느낄 수 있으며

비록 누추한 집에 있어도 한가로운 자연의 풍광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