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시

[채근시] 자연 속의 삶 16-20 / 임보

운수재 2006. 2. 26. 09:00

자연 속의 삶 16-20 / 임보

 

16

마음이 한가로운 이는 하루를 살아도 천고(千古)에 노닌 듯

뜻이 넓은 이는 좁은 방안에서도 천지(天地)를 지닌 듯



* 삶을 경영하는 일은 마음에 달려 있다.

  마음이 한가로우면 하루의 삶 속에서도 천고를 넘나들며 유유자적할 수 있고,

  뜻이 원대한 사람은 조그마한 방 안에서도 천지에 가득한 광활한 꿈을 펼칠 수 있다.




17

물욕(物慾)을 덜고 덜어 꽃 가꾸고 대 심으며

시비(是非)를 잊고 잊어 향 피우고 차 달이니

모두 다 몰라라 무아(無我)의 경지로세.



* 모든 번뇌는 욕심에서 빚어지고, 모든 분란은 시비를 따지는 데서 비롯된다.

  물욕과 시비를 떠나 전원 속에서 한가롭게 살아가면

  세상이 나를 잊고 나 또한 세상을 잊는 무아의 경지에 들 수 있으리라.




18

너무 움직여도 다치고

너무 고요해도 썩는다.

모름지기 도인(道人)의 기상은

멈춰 선 구름 속에 솔개가 솟듯

고요한 물위에 고기가 뛰듯



* 지나침이 없는 행동이 바람직한 것이다.

  그러나 도인의 기상은 마치 잔잔한 구름 속에서 솔개가 솟고,

  고요한 물위에 물고기가 튀어 오르듯 자연의 생기를 잃지 않는다.




19

소나무 우거진 시냇가에 홀로 서면

헤어진 옷깃에 구름 스며들고

대숲 우거진 창가에 책을 베고 누우면

낡은 담요에 달빛도 젖어드네.



* 명리를 떨쳐버리고 맑은 자연 속에서 좋은 책과 벗하며 살아가는 선비에겐

  가난도 오히려 멋스럽다.




20

구름은 머물고 떠남에 거리낌이 전혀 없고

달은 고요하고 시끄러움에 모두 상관치 않네.



* 하늘에 떠가는 구름은 바람이 부는 대로 흘러간다.

  장소와 방향에 마음 두지 않고 그야말로 정처없이 흘러간다.

  달 또한 지상의 사정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제 길을 묵묵히 갈 뿐이다.

  그런데 지상의 인간들은 어떠한가.

  사물에 대한 집착과 쓸데없는 참견들로 늘 마음이 자유롭지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