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시] 도를 찾는 삶 71-75 / 임보
71
천성(天性)이 맑지 않으면
참선(參禪)도 아무 뜻이 없다.
* 본성이 맑고 깨끗하면 비록 가난한 삶 속에서도 편안한 마음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마음이 물욕을 떠나지 못한 사람은
비록 참선을 통해 마음의 평정을 얻고자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72
깨달음을 얻으면 푸줏간도 정토(淨土)요
깨닫지 못하면 절간도 사바(娑婆)다.
* 깨달음은 마음에 달려 있는 것이다.
깨달음을 얻으면 비록 몸이 주점이나 푸줏간과 같은 세속에 있어도
그 마음은 극락정토에서와 같은 평화와 즐거움을 누릴 수 있지만,
깨닫지 못하면 비록 몸이 절간과 같은 도량에 있다할지라도
그 마음은 세속의 번뇌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73
사물을 부리는 자는 얻고 잃음에 마음을 쓰지 않는다.
천하만물이 다 그의 것이기 때문이다.
* 사물을 부리는 자란 누구인가?
자신이 천지만물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호탕한 마음의 소유자다.
그는 개별적인 사소한 사물에 대해 집착함이 없다.
그래서 사물 위에 초연히 군림한다.
그러나 사물에 얽매인 사람은 사물을 상전으로 모시는 노예로 전락한다.
이들은 사소한 것이라도 잃게 되면 슬퍼하고 얻게 되면 기뻐한다.
74
원리가 없으면 현상도 없고
마음이 없으면 외물(外物)도 없다.
* 형체가 그림자를 만든다.
그림자가 있는 곳엔 그 근원이 되는 형체가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현상의 근원이 되는 원리가 있다.
원리와 현상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므로 따로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한편 객체의 존재 의의는 주체의 인식에 의존한다.
내 감각으로 인식되지 않은 사물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75
모든 근심과 욕심으로부터 초연해지고 싶거든
이 몸 태어나기 전에는 무슨 모습이었고
이 몸 죽은 후에는 어떤 형상일가를 생각하라.
* 태어나기 전의 이 몸은 어떤 모습이었나?
아무런 형상도 지니고 있지 않았던 공(空)이 아니었던가?
그러던 것이 천지만물의 인연을 좇아 이러한 몸을 갖게 된 것이다.
이 몸은 죽은 뒤에 어떻게 되는가?
천지자연의 인연을 좇아 우주 속으로 사라져 또한 공이 된다.
수포와 같은 그런 덧없는 몸이 짧은 생애를 살면서
근심과 욕심에 사로잡힌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좀 초연하게 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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