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시

[채근시] 도를 찾는 삶 61-65

운수재 2006. 6. 11. 08:15

[채근시] 도를 찾는 삶 61-65   /   임보

 

61

어제의 내 것이 오늘은 네 것이니

오늘의 네 것이 또 내일은 뉘 것이리오.



* 어제의 재상이 오늘엔 평민이 되기도 하고,

  오늘의 졸개가 내일엔 장수의 자리에 오르기도 한다.

  어제 가진 자가 오늘은 빈털터리가 되기도 하고,

  오늘 무명인이 내일은 유명인이 되기도 한다.

  권좌나 재물 할 것 없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유전한다.

  그러니 오늘 내가 가졌다고 너무 자만할 일도 아니고,

  오늘 내가 잃었다고 너무 낙심할 일도 아니다.




62

아무리 바쁜 가운데도 한번 냉정한 눈으로 보면 괴로움을 덜 수 있고

무척 어려운 때라도 한번 뜨거운 마음을 지닌다면 그윽한 맛을 누릴 수 있다.



* 바쁜 일 속에 그냥 묻혀 허둥지둥 지낼 일이 아니다.

  자기가 지금 하는 일이 무엇인가 냉정하게 바라다보는 시간을 갖는다면

  일의 번거로움을 덜 수도 있다.

  아무리 어려운 역경에 처해 있을지라도 좌절하지 않고

  그것을 이겨내고자 하는 뜨거운 의지를 지닌다면 여유로운 마음을 누릴 수 있다.




63

안락한 시절을 지나면 고통스런 때가 뒤따르고

아름다운 경치 뒤에는 볼품없는 풍경이 이어진다.



* 세상살이는 길을 가는 것과 같다.

  평탄한 길 다음에는 고갯길이 나타나고,

  아름다운 경치 다음에는 보잘것없는 경관이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니 인생살이가 고되다고 너무 실의에 잠길 일도 아니고,

  즐겁다고 너무 희희낙락할 것도 없다.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일 일이다.




64

이루어지는 것은 언젠가 무너지고

살아 있는 자는 언젠가 죽게 된다.



* 쌓아올린 탑은 언젠가는 무너지고,

  생명 또한 유한해서 언젠가는 죽음을 맞게 된다.

  이 세상에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 무슨 일을 이루려고 너무 전전긍긍하는 것도 부질없고,

  오래 살기 위해 지나치게 욕심 부리는 것도 속절없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65

배를 타고 배를 버리지 못하는 자는

나귀를 타고 나귀를 찾는 꼴이다.



* 배는 강물을 건너 피안에 이르기 위한 방편이다.

  그러므로 피안에 닿으면 곧 배를 버리고 뭍에 올라야 한다.

  한데 계속 배에 미련을 가지고 배를 떠나지 못한다면

  이는 마치 나귀 위에 올라앉아서 나귀를 찾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다.

  돈은 삶을 윤택하게 하는 도구요, 경전은 도를 깨치기 위한 방편이다.

  삶을 돌보지 않고 돈에 사로잡히거나,

  도는 못 보고 경전에만 매달리는 행위는

  목표를 저버리고 도구만을 챙기는 어리석은 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