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시] 도를 찾는 삶 86-90 / 임보 86 너무 한가하면 망념(妄念)이 일어나기 쉽고 너무 바쁘면 본성이 드러날 겨를이 없다. 그리하여 군자는 몸과 마음에 적당한 근심과 시를 가꾼다. * 너무 한가하면 망념이 일어나기 쉬워 탈이고, 너무 바쁘면 본성을 살리기가 어렵다. 그리하여 현명한 군자는 적당한 근심을 두어 한가할 때의 망념을 쫓고, 시를 즐김으로 분망한 때의 본성을 잃지 않으려 한다. 87 기쁨은 근심을 낳고 근심 또한 기쁨을 부르나니 달인(達人)은 역경과 순경을 하나로 보며 기쁨과 슬픔을 함께 잊는다. * 돈을 많이 벌게 되면 그 돈을 잃을까 봐 새로운 근심을 얻게 되기도 하고, 한번 병을 앓게 되면 몸의 귀함을 깨닫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인생의 길흉화복은 서로 맞물려 있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은 역경이라 해서 근심하거나 순경이라 해서 기뻐함이 없다. 88 자연을 완상하더라도 그 형상에만 매어 마음에 얻음이 없으면 유가(儒家)의 ‘구이지학(口耳之學)’이요, 불가(佛家)의 ‘완공(頑空)’에 지나지 않는다. * 자연을 감상하되 화려한 외양에만 이목을 빼앗겨 마음속에 깨달아 얻는 바가 없다면 아무 쓸모없는 일이다. 이는 마치 유교에서의 구이지학이나 불교에서의 완공과 같은 것이다. 구이지학이란「양자방언(楊子方言)」에 ‘소인의 학문은 귀로 들어와 입으로 나간다. 입과 귀의 사이는 네 치뿐이니 어찌 일곱 자의 몸을 아름답게 할 수 있으랴.’ 라고 적고 있다. 즉 마음으로 깨달아 몸으로 실행에 옮기지 않고 귀로 들은 것을 입으로만 주워섬기는 얄팍한 학문을 뜻한다. 완공이란 소승불교의 학자들이 진공묘유(眞空妙有)의 진리를 깨닫지 못하고 일체가 공이라고만 생각하는 완고한 태도를 이르는 말이다. 89 저 산림의 선비는 청빈하여 그윽함이 멋스럽고 저 들판의 농부는 소박하여 천진함이 넘치는구나. * 돈을 벌기 위해 시정에 몸을 맡기거나 권력을 좇아 정상배들과 무리지어 사는 삶은 얼마나 더럽고 추한가? 비록 가난하나 자연 속에 묻혀 지내는 저 선비, 들판에서 땀 흘려 일하는 저 농부를 보라. 그들의 삶이 얼마나 천진하고 아름다운가? 90 분수에 넘치는 복과 뜻하지 않은 재물은 조물주의 낚싯밥이거나 속된 세상의 함정이다. * 자신의 노력에서가 아니라 뜻하지 않게 얻은 행운과 재물은 재앙의 근원이 된다. 이는 마치 낚싯밥과 같아서 잘못 걸려들면 한 생애를 망치게 된다. 이 각박한 세상에 아무런 대가도 없이 그대에게 자선을 베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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