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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아버지와 아들 / 최영철

운수재 2007. 4. 12. 09:09

 

아버지와 아들

 

                      최   영   철

 

윌슨병을 앓는 오십대 아버지가 윌슨병 앓는 아들의 부탁을 받고

아들을 목 졸라 죽였다

 

아버지는 결투를 제의한 아들의 검을 받아들고

먼저 아들의 목을 치고

이어 자신의 목을 쳤다

 

너는 살고

나는 죽고

 

이것으로 이번 생에서 우리는

비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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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에 보도된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그 아비의 칼이 세상의 목을 벱니다.

'너는 살고/ 나는 죽고'의 역설과 함께

 '이 생에서 우리는/비겼다'는 사생관이 우리를 숙연케 합니다.

아비는 자식의 목을 베어 고통으로부터 자식을 구제했고,

아비는 자식과 자신의 고통을 함께 안고 나락으로 떨어졌을 것입니다.

자식에게 주었던 목숨을 다시 빼앗아 갔으니 비긴 것인가?

아니면, 마지막 승자는 아비가 아니라  아들이라는 뜻인가?

 

  

 

출처 : 자연과 시의 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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