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시집들/자연학교

운수재 2007. 4. 19. 06:07

 

돌  /    임보

 

한 덩이 돌을 그냥
돌이라고 얕보지 말라
눈도 없고
귀도 없고
입도 코도 사지(四肢)도 없다고
비웃지 말라

추위와 더위
천둥과 번개도 아랑곳없이
그는 오직 그렇게
이 세상을 간다

그대의 한평생 고달픈 여정보다
수억만 배나 더 먼 길을
별들과 함께 그렇게 가기 위해
쓸모없는 귀찮은 그것들
눈도 코도 다 잘랐거늘

한 덩이 돌을 
그냥 돌이라고
가볍게 여기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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