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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알의 씨앗이 어둠 속에서 그렇게 기다리다 어떻게 때를 알아 그 단단한 껍질을 벗고 그리도 고운 싹을 밀어 올릴 줄 아는가 기온과 햇살, 습기와 토양의 냄새를 어떻게 맡고 그 좁고도 어두운 방에서 그 연약한 손을 내밀어 굳은 지붕을 뚫고 세상에 나올 줄을 어떻게 아는가 아마도, 저 작은 씨앗에게도 창이 있나 보다 사람들처럼 폭풍이 불면 커텐도 드리우고 따스한 햇살이 비치면 열어 젖히기도 하는 바깥의 소식을 안아 들이는 그런 창문이 있나 보다 이 영민한 씨앗들을 훔쳐 허기를 채우는 잔인한 인간들아 한 알의 씨앗을 함부로 건드리지 말라 그대들의 화려한 파티를 장식한 저 진수성찬의 사체(死體)들 이들의 저주를 소리로 바꾸어 들으면 천둥보다 무섭게 대지를 흔들 것이다 아, 그렇구나 그대들도 드디어 이 지상을 마지막 떠날 때는 수억의 생명을 앗았던 그 대가로 수억의 세균들에게 그대들의 육신을 분배하는 신의 제단에 공평히 눕게 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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