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알라 / 임보
코알라는 오스트렐리아의 밀림 속
유카리티스의 높은 나뭇가지에 매달려
홀로 살아가는 작은 곰이다
배에 새끼주머니를 달고 있는
모성(母性)어린 이 짐승은
유카리티스의 나뭇잎만을 먹고 산다
그 잎은 독성을 지닌 맵고 쓴 것이어서
누구도 거들떠보지도 않고 버린 나무인데
유독 코알라만이 그것을 먹고 산다
도대체 이 두 놈들은 무슨 인연이란 말인가
전생(前生)의 원수인가
아니면 이승의 화신(化身)인가
코알라는 유카리티스의 높은 나뭇가지에
종일 매달려 잠을 자다
배가 고프면 눈을 뜨고
맵고 쓴 그 나뭇잎을 서서히 씹어 삼킨다
그리고 그의 배설물을 젖 대신
주머니 속의 새끼에게 조용히 먹인다
이 무슨 와신상담(臥薪嘗膽)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