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꽃 / 임보
절의 마당에 차일을 치고
늙은 주지가 초례청을 만들었다
신랑은 석정(釋井) 스님
신부는 효동(孝童) 아씨다
네 살에 애비가 세상을 뜨고
다섯 살에 에미가 집을 떠나자
혼자 남은 할미가 손녀를 안았는데
그의 나이 열둘도 되기 전에
할미가 노망(老妄)에 이른다
그로부터
어린 손주 딸년의 등에 그 할미가 업혔는데
그 무거움 구구절절 어이 필설로 다 하리요
사람들이 그를 효동(孝童)이라 불렀다
스물이 넘어 혼기에 접어들자
여기저기 욕심내는 사람들은 많아도
할미가 혹이 되어 데려갈 자가 없다
그러자 부처님이
그 효성을 가상히 여겨
튼튼한 중놈 하나 골라 내려보냈는데
그가 곧 석정(釋井)이다
신부는 앞에 걸리고
신랑 석정이 할미를 업고 절을 오르는데
무겁지 않느냐고
까치들이 조잘대며 야단이자
중생을 업는 것보다야 이 얼마나 가벼우냐고
싱글벙글이다
온 산천을 가득 메운 하객들이
얼굴을 붉히며 따라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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